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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 '날것' 38호 

혐오와 차별반대를 위한 기도회 : 여성과 성소수자를 위한 기도문.  

-달밤


우리들의 하나님. 우리와 함께 웃고 우시는 주여. 당신의 사람들이 고통받고 있습니다. 일찍이 하나님께서는 사람을 지으시고 서로 어울려 살게 하시며 “아름답다, 아름답다, 내가 보기에 참 좋다!”고 기뻐하셨습니다. 아름다운 당신의 사람들이, 그 숨을 받아 각자의 생명력을 뽐내며 다양한 화음을 이루고 살고자 했습니다. 하지만 어떻습니까, 땅의 권세를 잡은 자들이 사람을 인종으로, 성별로, 나이로, 국적으로, 자본으로, 사회적 지위로 차별하며 죽이기 시작했습니다. 나와 너를 나누는 기준을 만들어 벽을 세우고, 구분하고, 나누고, 가르며 지배하고 군림하고자 했습니다. 그리고 어떻습니까, 사람들은 점점 내가 지금 이웃을 미워하고 있으며 존재를 부정하고, 증오하고 혐오한다는 사실을 잊기 시작했습니다. 시야에서 누군가 지워져도 알지 못하고, 곁에서 누군가 조용히 죽어가도 알아채지 못하며, 내가 내뱉는 말이 내 친구의 폐부를 찌른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거짓 평화에 속으며 아무 소리가 들리지 않으면 모두 평안한 것이라 믿기 시작했습니다. 


하나님 하지만. 우리는 평안하지 않습니다. 끔찍한 가정폭력에 시달릴 때 경찰에 도움을 청했지만 그들은 가정사에 간여할 수 없다며 돌아갔습니다. 폭행과 성폭력을 당하다 상대를 공격해 상해를 입거나 죽게 되면 내가 큰 벌을 받습니다. 권력에 압도되어 성폭력에 저항하지 못하면 왜 거부하지 않았느냐, 너에게는 성적자기결정권이 있는데 왜 행사하지 못했느냐, 꽃뱀이 아니냐고 몰아 부칩니다. 시도 때도 없는 불법 촬영에, 성추행에, 혐오에 우리의 심신은 너무도 지쳐있습니다. 


하나님 우리는 노엽습니다. 일찍이 당신의 이름을 빌어 존재를 부정하고 저주하는 개신교 지도자들의 목소리에 삶을 저버린 이가 있습니다. 그들은 마치 ‘당신들만의 하나님’인 양 신의 이름으로 존재를 부정했습니다. 그 말에 치명적인 상처를 받고 폭력을 고발하고자 생명을 내던진 사람이 있는데도, 이들은 깨닫지 않고 “너의 존재를 부정하고 혐오하는 것이 하나님이 가르쳐주신 사랑”이라고 주장합니다. 너를 바꿀 거라고, 너는 지금 사람이 아니라 악마라고 말입니다. 


하나님, 하지만 우리는 똑똑히 알고 있습니다. 아무리 사랑의 탈을 쓰고, 하나님의 이름을 훔쳐서 혐오를 내뱉고 증오의 가증스러운 얼굴을 들이민들, 우리는 하나님의 사랑을 받는 존귀한 존재이며 당당한 하나님의 사람들입니다. 우리를 죽음으로 몰아대는 무지와 폭력의 이름에 무릎 꿇지 않을 것이고 연대를 멈추지 않을 것이고 싸움에서 물러서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여기에 있습니다. 

우리는 여기에 당당히 서 있습니다. 

우리는 여기에서 끈질기게 싸우고 있습니다. 

우리는 여기에 함께 생생하게 살아 있습니다. 

모든 차별과 폭력이 끝장날 때까지 우리와 함께 웃고 우시는 하나님께서 영원히 우리 편임을 믿습니다.

아멘.  


- 혐오와 차별반대를 위한 기도회(2018.11.29.목 저녁 5시 30분, 감리교신학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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