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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밤이 페이스북 개인 계정에 올린 글을, 믿는페미 기획단 3인이 의논하여 웹진에 옮겨 싣습니다. 좋은 이야기 나눔이 생기면 좋겠습니다. 

 

"기독교 신앙 그대로 가지면서 페미니즘 가능하냐"는 말은 맞는 말 같지만 실은 이상한 말이다. 기독교가 가부장제와 성별 이원론, 다 꺼지고 남자 최고다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다고 해서- 여성이 그 신앙을 거부하며 '기독교 밖'으로 뛰쳐나가봤자, 어디로 간단 말인가? 어디로? 


교회 밖에 안전지대가 어디 있으며 '기독교 밖'은 과연 안전한가. 성차별 없는 종교가 있나. '종교 밖'은 어떤가. 안전한가. 종교를 말하지 않는 사회는. '합리의 사회'에는 여성이 설 자리가 있는가. 학대당하는 여인들이 죽음을 불사하고 탈출해서 도달할 어머니의 땅, 초록이 숨쉬는 평화의 땅이 지구상에 있는가. 


혹은 여성은, 무흠무결한 역사와 전통을 만들어 독자적인 종교를 세워야 하는가. 인류가 수천년 동안 온갖 실패와 실패를 거듭하며 만들어온 최종의 실패물을 전승할 수 없고 여성들만이 그리는 천상의 계율을 창조해야 하는가. 


이미 여성이 살고있는 분열, 독실한 크리스찬이며 여성으로서의 삶이 있다. 목사 안수를 받고도 이를 숨기고 전도사로 사역하다 정년퇴임 했다는 모 목사의 일생, 예배당 안에서 얼굴로 순위 매겨지며 눈요기거리가 되는 일상, 순종과 지혜(참 그놈의 지혜)를 강요당하며 배우자의 그림자요 성스러운 어머니 역할을 교육받는 주일예배. 이 분열이 지금의 여성이고 아주 오래된 여성의 자리다. 이들이 '사람'으로 살기 위해 투쟁한다면 결국 기독교에서 벗어나게 될 것이다 말해야 한단 말인가. 


나는 다르게 생각한다. 여성들이 기독교인으로서 기독교 안에서(그리고 밖에서) 투쟁할 때 그 과정에서 파생하고 변형되는 종교의 내용과 형식을 누가 '이것은 기독교가 아니다.'고 말 할 것인가? '이것은 하나님이 아니다' '이것은 예수의 뜻이 아니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누구일 것인가. 신학자인가 공의회인가.

 

페미니즘이 말하는 세상을 우리는 살아본 적이 없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성차별이 없어진 적이 없으니까. 성차별과 혐오가 사라진 기독교를 우리는 만난 적이 없다. 성서 안에서 여성 이름을 언급만 해줘도 '의미있는 구절'이라고 뽑아내야 하는 전통 속에 살아왔으니까. 페미니즘이 이뤄낼 최종 기독교(?)가 과연 '기독교'일지 아닐지, 우리가 단언할 수 있을까 그리고 규정할 수 있을까. 어차피 우리가 경험하는 최고의 내일은 썪은 뿌리를 딛고 끈질기게 생존하는 가지의 몸부림 정도일 뿐.

 

그리고 실은, 내 생각에, 합리적으로 길이 보여서 움직이는 게 아니다. 그렇게 해야겠고 해야하면, 되게 만드는 거지. 동기가 먼저다. 몸부림이 먼저고. 그렇지 않나...? 


* 이것이 나의 언어다. 설거지 하려다 멈추고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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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밤

달밤에 페미하고 앉아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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