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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페미니스트라고 부를 수 있을까. 누군가가 “메갈리아가 페미니스트야?”라고 묻는다면, 아무 답도 하지 못하는 나는 과연 스스로르 페미니스트라고 할 수 있을까. 모르겠다. 그러나 페미니스트의 길을 가고 싶은 것은 분명하다. 여성 해방이 곧 남성 해방이고 그것이 곧 인간 해방이라고 믿기 때문에.
언제부터 페미니즘에 관심을 가졌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다만 페미니즘이 나를 대변하는 스피커가 되었을 때, 내 삶에서 억눌렸던 삶의 파편을 발견하게 됐다. 오빠 친구에게 성추행을 당했을 때, 오빠는 자기 친구에게 따지는 대신 나를 다그쳤다. 다른 사람이 몸을 만지는데 왜 거절하지 못하느냐고 했다. 중학교를 다닐 쯤, 반장 선거에 뽑힌 나를 담임은 집이 멀다는 이유 만으로 남학생을 반장으로 세웠다. 시간이 지나 대학 선교단체에서 만난 첫 리더 언니는 짧은 바지를 입은 내 등을 치며 “예배 시간에는 긴 바지를 입고 와”라고 했다. CC였던 신학생 남자친구들은 나에게 사모스러움을 요구했다. 차분한 말투, 내조 잘하는 교회 언니, 단아한 머리, 사모스러운 외모를 원했다. 거기에 부응하고 싶은 나는 20대 초반 미용실에 가서 “아나운서 스타일”로 머리를 잘라 달라고 했다. 그렇게 몇 년을 보냈다. 여성스러움은 내 몸에 맞지 않는 옷이라는 걸 깨달았고, 여성스럽다의 여만 나와도 몸서리쳤다.
그렇게 살아 온 나에게 페미니즘은 신세계였다. 내가 원하지 않은 타이틀로 이름 불리는 대신 ***(본명)로 불리고 싶던 나에게 페미니즘은 숨구멍이 되어 주었다. “너 다움을 찾으라”고 말하는 페미니즘은 억눌려 있던 나를 자유롭게 해 주었다. 다른 사람 눈치보지 않아도 되고, 내가 살고 싶은 대로 살 수 있게 해 줬다. “너희가 진리를 알지니,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고 말한 예수의 음성처럼 다가왔다. 마치 하나님나라처럼 그렇게. 그 순간을 마주했으니 어찌 페미니스트가 아니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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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태
믿는페미 책모임 멤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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