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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과거에도 페미니스트였을까


 정리되지 않은 방을 지적하며 굳이 여자아이 방이라고 짚는 것이 싫었다. 여성의 전용 색 같았던 분홍색을 일부러 미워했다. 중학생 때 생리대를 들고 화장실에 가는 내게 그건 부끄러운 거라고 굳이 알려주는 친구가 있었다. 그래도 굳이 여자중학교에서 생리대를 감추고 다니지 않았다. 남자친구의 고백을 한 번에 받아줬었다는 여자아이가 몇 번 튕겼어야 한다는 조언을 듣고있기에 주체적으로 만나는게 멋진 거라며 끼어들었다. 브레지어를 하지 않는 것이 티날 때가 있다고 친구가 알려주기에 일부러 그러는 거라고 대답했다. 남자들중에는 유두가 도드라진 채로 편하게 다니는 사람들이 많은 데에 비해 여자들은 너무 철저하게 가리지 않느냐고, 남들에게 이래라 저래라 하기는 힘드니 나만이라도 균형을 맞추고싶어서 그런다고 했다. 

 낙태 찬반토론 시간에 낙태는 살인이라고 주장했다. 낙태 교육 비디오에서 봤던 도망가는 태아를 근거로 들었다. 여성의 흡연 역시 반대했다. 언제가든 태아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이유였다. 저체중을 목표로 다이어트를 했다. 고칼로리 음식을 먹으면 일부러 토했고, 씹고 뱉었다. 부러뜨리면 부러질 것 같은 몸을 가진게 좋았다. 


나를 향한 혐오


학교에서는 성적이 나빴고, 친한 사람들 사이에서는 특이한 인간이었으며, 교회에서는 어렸고, 사회에서는 학생이었고, 모든 곳에서 가난했다. 이런 나를 너무 많은 사람들이 "가르치려 들었다."

사람들은 왜 나를 존중해주지 않을까. 물어본다고 대답을 들을 수 있는 질문도 아니니 혼자 생각했다. 나는 문제가 많은 사람이었고, 부당하게 존중받지 못할 이유도 너무 많았다. 내가 여성이기때문이라고 생각하기는 힘들었다.

여성혐오는 너무너무너무 부당하다. 여성으로 태어난 것은 선택도 아니고 잘못은 더더욱 아닌데 여성이라는 이유로 존중받지 못하다니. 그래서 더 자연스럽다. 이 말도안되는 여성혐오를 할 때는 너도나도 그녀가 여성이기 때문이 아닌 다른 이유를 갖다붙이기때문에 여성혐오라고 꼬집을 수 있는 여성혐오는 제한적이다. 여성혐오는 숲을 봐야 알 수 있다. 나를 존중하지 않은 사람이 나와 비슷한 특성을 가진 남성은 존중하는지, 나와 다른 특성을 가진 여성들은 얼마나 존중받고있는지. 


커뮤로 배운 페미니즘


메갈리아의 등장을 지켜봤다. 트위터에 올라오는 메념글들을 보다가 직접 접속하기도 했다. 와중에 페이스북을 통해 구독하는 도서 관련 저널에 "여자는 약하지만 어머니는 강하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 내용은 그냥 어머니에 대한 것이었을 뿐, 약한 여성과 강한 여성을 어머니라는 기준으로 구분하는 내용도 아니었다. 나도 메갈리아에 글을 올렸다. 이 제목을 어떻게 지적해야하는지 조언을 구했고, 참고해서 정중하게 메시지를 보내자 제목을 수정해주었다. 수정된 결과를 덧붙여 글을 수정하자 그 글도 메념에 갔다.


여성 우월주의?


여성시대라는 커뮤니티를 한다고 밝히기를 꺼려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말에 왜냐 묻는 선배가 있었다. 페미니즘 때문인 것 같다고 하니 페미니즘이 무엇이냐 물었다. 그 때는 나도 페미니즘이라는 단어가 무슨 뜻인지 몰랐다. 그래서 내가 그 단어를 통해 받았던 느낌으로 대답했다. "여성 우월주의?"

지금도 페미니즘을 여성우월주의라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여성이 우월하다고 믿는 것과 모든 성이 평등하다고 믿는 것은 같지 않지만 닮았다. 여성에게는 지금보다 더 많은 존중이 필요하다.


어떤 성별


 어떤 남성들은 언제나 권력을 가진 사람인냥 군다. 타인을 평가하고, 가르치려든다. 타인의 말에 공감하는 리액션을 잘 보이지 않는다. 어떤 여성들은 무작정 공감만 하며 대화를 이어나간다. 모든 방식으로 먼저 스스로를 평가하고, 좋게 평가받기 위해 대비한다. 혼자만의 일에도 타인의 허락이나 칭찬을 필요로한다.

 내가 느낀 이상한 남성과 이상한 여성의 특성은 실제 남성과 여성의 무엇이 아닐 것이다. 다만 사회가 '성별에 따라 마땅히 가져야 할 모습'을 정해두고 거기에 맞추기를 요구하고있기때문에 그 특성을 기괴하게 적용한 사람들이 존재한다. 


당연히 페미니스트

 나는 당연히 모든 인간이 평등하기를 원한다. 사람들이 말같지도 않은 이유로 나를 존중하지 않는 짓을 그만두기를 바란다. 페미니즘은 지극히 상식적이다. 비상식적인 것은 한쪽으로 기울어진 사회다. 페미니즘을 통해 배운 차별에 대한 이야기는 내가 존중받지 못했던 경험이 부당했던 것이라고 설명해주었으며 이는 무엇보다 위로가 되었다. 혼자라서 어렵거나 외로울 때는 페미니즘 커뮤니티와 언론, 모임을 찾을 수 있었다. 단순히 옳을 뿐 아니라 따듯하기까지해서, 페미니즘이 참 좋다. 이제 나는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라고 정의한다.


* 믿는페미 책모임 [페미니스트 모먼트] 편에서 나눈 '나의 페미니스트 모먼트'를 웹진으로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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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잔

믿는페미 책모임 멤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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