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강남역 여성혐오범죄 희생자 1주기 추모예배인 <살아남아, 다시 붙인다>를 준비하며 ‘여성주의 예배’가 무엇이냐는 질문을 몇 차례 받았다. 예배는 기획자 혹은 임사자(순서를 맡은 사람)들만의 것이 아니고 참여하는 회중 모두가 함께 주체적으로 만드는 의식이기 때문에 우리가 정의하는 개념이 전부는 아니겠지만, 이 예배의 기획자로서 믿는페미가 생각하는 ‘여성주의 예배’에 대해 나눠보고자 한다.

한국 교회는 다분히 남성중심적이다. 사용하는 언어, 성경을 해석하는 시각, 지향하는 바, 실제 드러나는 권력구도 등이 모두 그러하다. 이러한 경향은 예배에도 그대로 반영된다. 대부분의 한국 교회에는 남성보다 여성의 비율이 더 많음에도 불구하고, 여성은 도구적으로 소비되며 주체로 인정받지 못해왔다. 여성주의 예배의 필요성은 여기에서 출발한다. 여성들도 남성들과 동등한 주체로서 예배를 만들고 참여하고 누릴 수 있어야 한다.

물론 단순히 여성들이 모여 예배를 드린다고 해서 ‘여성주의 예배’가 성립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가부장적인 한국 교회의 현실에서는 임사자가 여성들로 배치되는 것만으로도 회중들이 그 예배공간이 안전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한국 교회에서는 ‘목회자의 설교’가 여전히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교인들에게 큰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설교자 또는 집례자 등의 임사자가 여성들로 배치되는 것을 여성주의 예배의 한 모델로 제시하는 것에 설득력을 싣는다.)

회중들은 남성중심적인 기존 예배에서 느꼈던 실망과 소외감을 ‘여성주의 예배’를 통해서 회복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이를 위해 여성주의를 지지하는 이들이 모여, 성차별적 억압과 혐오로부터 보다 안전한 예배를 지향하고, 그 의미와 실천을 담아 예배를 구상하는 것이 ‘여성주의 예배’의 방향이다. 이러한 접근을 통해서 우리는 예배에서조차 소외된 이들을 배려하는 공간을 마련할 수 있게 된다.

그 구체적인 예로 ‘감리교여성지도력개발원’은 지난 2011년, 창립 10주년을 기념하여 『성령안에서 춤춰라, 어디서든지』 (도서출판 들밖, 2010) 이라는 제목의 예배문집을 출판한 바 있다. 여성의 생애 주기에 따른 주제들-초경, 불임, 출산, 비혼, 결혼, 이혼 등-에 관한 다양한 예배문을 수록해 교회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제안하였으며, 주목 받지 못했던 이들을 위한 설교와 에세이로 평등한 교회공동체를 만들기를 강조하였다.

이들의 제안이 교회 현장에서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고민될 수 있기를 바란다. 믿는페미는 이런 필요에 동의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나아가 절실함을 느끼며, 여성주의 예배를 더욱 친숙하게 발견하고 친밀해질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자 한다.

그 시도로 ‘믿는페미 짓는예배’를 시작하며, 5월 11일(목) 오후 7시 30분, <살아남아, 다시 붙인다>라는 제목으로 강남역 여성혐오범죄 희생자 1주기 추모예배를 드린다. 더 나은 세상에 대한 희망을 발견할 수 있는 예배가 되기를 바라며, 이 예배를 통해 위로와 회복과 혁명이 있기를 기도한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