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믿는 페미, 넌 혼자가 아냐

[인터뷰] 교회 여성들과 연대 준비하는 세 사람

최유리 기자 (cker333@newsnjoy.or.kr)  승인 2017.04.08 14:50

[뉴스앤조이-최유리 기자] '달밤', '더께더께', '오스칼네고양이'(오스칼)라는 닉네임을 쓰고 있는 세 여성은 각각 기독교 단체 활동가, 교회 청년, 전도사다. 세 사람 모두 모태신앙이다. 교회 생리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다. 사회에서 페미니즘 이슈가 올라올 때, 기독교 판에서도 이 문제를 다루고 싶다는 생각에 지난해 12월 '믿는페미' 모임을 시작했다.

초창기에는 만나서 자기 경험담을 풀어놨다. 무궁무진했다. 분명 자신들과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이 교회 곳곳에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떨어져 있지만 숨어 있는 '믿는 페미(믿는 페미니스트)'들에게 힘이 되고 싶었다. 그 시작으로 오는 4월 18일, 첫 오프라인 책 모임을 한다.

4월 6일 서울 서대문역 근처에서 모임을 시작하는 세 사람을 만났다. 세 사람은 세 시간 가까이 페미니즘에 얽힌 이야기를 폭포수처럼 쏟아 냈다. 할 이야기가 많았다. 교회에서 벌어지는 일, 여성을 억압하는 가부장제, '믿는페미'가 나아가야 할 방향 등을 설명했다. 한 사람이 말을 끝내면, 다른 사람이 호응하며 또 다른 경험담을 꺼냈다. "맞다, 맞아"라고 반응하며 서로를 응원해 주는 모습에서 자매애를 느낄 수 있었다. 세 사람의 요구로 이름 대신 별명을 사용한다.

기독교 단체에서 활동했던 세 사람. 지난해 12월 '믿는페미'를 만들었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 '믿는페미' 모임을 어떻게 시작하게 됐는지 궁금하다.

달밤 / 세 명 모두 기독교 단체에서 활동한 적이 있다. 현장이 좁다 보니 여성 실무자들과 자주 마주친다. 사회에서 어떤 일이 발생하면 각자 생각을 묻기도 하고. 그러면서 더께더께, 오스칼이 나와 비슷한 의식이 있다고 느꼈다. 더께더께는 8년쯤, 오스칼은 10년 넘게 봐 온 사이다. 신앙 색깔도 비슷해 함께 페미니즘 운동을 해 보면 좋겠다 싶어, 두 사람에게 먼저 제안했다.

오스칼 / 나는 달밤과 같은 신학교를 다녔고, 전도사로도 활동했다. 목사 안수를 고려하면서, 자연스럽게 한국교회 내 여성 목회자 처우에 관심을 갖게 됐다. 지금까지 '한국교회에 여성 목사가 낄 자리는 없구나'라는 생각을 끊임없이 해 왔다. 부당하다고 느낀 것을 마음 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가 없었다. 달밤의 제안을 듣고 솔깃했다. 교회 문제를 다뤄 볼 수 있겠다 싶었다.

더께더께 / 우리 목소리를 담는 장이 필요했다. 기독교계에도 여성 운동하는 단체가 많다. 뿌리 깊은 곳도 많고. 그런데 지금 우리 목소리를 표출하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했다. 사회만 봐도 그렇다. 여성 단체가 줄곧 있었지만, 페미니즘 이슈가 불거지면서 젊은이들이 새로운 단체를 만들고 있는 것과 동일하다. 오늘을 사는 내 목소리가 반영될 곳이 필요했다.

- 신학교, 교회, 기독교 단체에서 여성 혐오를 많이 겪었나.

오스칼 / <뉴스앤조이>가 설문 조사한 결과와 비슷한 경험이 많았다. 일단 내가 어떤 위치에 있느냐에 따라 다르다. 일반 신학생일 때가 다르고, 전도사일 때가 다르다. 신학생일 때는 주변 사람들이 엄마한테 "딸이 신학생이면 결혼하기 힘든데"라고 말했다. 전도사 때부터는 더 많은 걸림돌을 경험했다. 목사 안수 대상자에서 자연스럽게 제외하거나, 여성이기 때문에 "중고등부, 청년부보다는 아동부로 가라"는 말을 들었다. 학생 때는 받지 않던 외모 지적도 받았다. 교인들이 "전도사님 치마 너무 짧은 거 아니에요?"라고 와서 한마디씩 하기도 하고. 이런 경험과 말들이 타격은 크지 않지만 내 무의식 중에 '여성이라면 어때야 한다'는 관념으로 스며들었던 거 같다.

달밤 / 맞다. 신학을 공부한 남성은 여성 신학생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 똑똑해서 참견한다는 이유다. 오스칼과도 여러 번 나눈 이야기지만, 기독교 운동을 하는 단체에서 여성이 목소리를 내면 고까워하는 게 있다. 사회나 교회에서는 가부장적인 문화를 보아도 그러려니 넘어갈 때가 많았다. 그런데 기독교계에서 새로운 운동을 해 보겠다고 만들어진 단체도 여성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는 분위기다. 이제 전환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 관심사는 교회 문화다. 내가 다닌 교회는 가족 중심적인 분위기가 강했다. 교회가 작은 편이었는데, 외부에서 다른 사람이 오면 담임목사가 교인 한 사람 한 사람을 소개했다. 내가 소개하면 목사가 꼭 뒷말에 "몇 살이고 결혼 안 했다"는 말을 하더라. 나중에 그러지 마시라고 해도, 그래야 좋은 사람 만날 수 있다는 말이 돌아왔다. 혼기가 찬 청년을 가만두지 않는 분위기가 불편했다. 과연 비혼 청년이 교회에서 버틸 수 있을까 싶었다.

더께더께 / 나는 교회 청년이다. 지금까지 나는 교회에서 '목소리 큰 여자애'로 분류됐다. 궁금증이 많아 목사에게 질문하면 "청년부 시간이 네 과외 시간이냐"는 이야기도 들었다. 사람들이 나에게 말을 조금 줄이라고도 했다. 교회 안에서 성차별적인 일을 문제 제기하면 청년들이 나를 유난 떠는 사람 취급했다. 다른 사람은 다들 괜찮아 하는데, 너는 왜 그러냐는 식으로 반응했다. 그런 교회 분위기가 싫었다. 다행히도 지금 다니는 교회는 의견을 주고받는 게 자연스러운 문화로 자리 잡았다. 이번에 교회에 직접 제안해 성차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보냈다. 청년들 반응이 좋았고, 교회 안에서 이런 작업을 계속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기사 전문 보기 -> http://www.newsnjoy.or.kr/news/articleView.html?idxno=210188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