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진 '날것'] 30호 서비스 테이블에 비춘 무지개 -소네치카 알바랑 직원이랑 뭐가 달라요? 소네치카의 직업은 바리스타, 매장직, 서비스직 등으로 줄여 말할 수 있다. 그러나 늘 “카페에서 일해요.”라고 말한다. 커피와 서비스직 그 사이의 어딘가에 그 직업의 전문성이 있으며, 매장직이라고 말하기엔 카페라는 공간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소네치카의 소개를 듣고 “카페 알바 하시는구나.”라고 말한다. 소네치카는 알바생이 아니다. 그래서 “직원이에요.”라고 다시 말한다. “아 직원이시구나.”하고 넘어가면 너무 완벽한 상황이다. 사람들은 가끔, 사실은 자주 “알바랑 직원이랑 뭐가 달라요?”라고 묻는다. 소네치카는 그 카페의 모든 직원을 상대로 진행되는 교육과 진급 시험, 교대로 오픈 마감 업무를 책임지고..
[웹진 '날것'] 29호난 이거 할래- 달밤 한 번 썼던 기억이 있지만, 신학교에 가겠다고 했을 때 내가 들은 말은 “안 어울리는데”, “수녀 같은 언니, 잘 어울린다!”, “좋은 목사님을 만나 사모님이 되는 것도 나쁘지 않으니까”였다. 저 세 가지 반응에 대응하는 이미지는 각각 어떤 것이었을까. 당차고 무게감 있는 남자 부흥사를 떠올렸을 수도 있고, 수녀 같은(나는 가톨릭계 미션스쿨에서 공부했다) 신실한 이미지를 떠올렸을 수도 있고, 사모는 어떤 이미지인지 모르겠지만 여튼.. 있고. 고등학교 때까지 나에게 대학과 전공선택이란 너무 뜬구름 같아서, 과학을 공부하겠다고 이과에 들었다가 수능은 문과로 보고 대학선택은 그 이후에 했다. 부모님이 서원하고 평생을 기도하며 준비해서 신학교에 입학한 사람과는 전혀 ..
웹진 ‘날것’ 28호 정직한 절망-폴짝 “마지막으로 여쭤볼게요. 혹시 ……. 화가 많으시거나 그러지는 않으시죠?” 최근 본 대학교 교육 조교 면접의 마지막 질문이다. 나는 이 질문을 받고 몇 초간 고민한 후 대답했다. “그럼요. 화가 많거나 욱하거나 하지 않아요. 다시 좋은 인연으로 다시 뵐 수 있으면 좋겠네요.” 면접을 마무리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내내 마음이 찜찜했다. 면접을 진행한 조교가 ‘혹시 화가 많으시거나 그러지는 않으시죠?’ 앞에 ‘~처럼’이라고 흘려 이야기해서 제대로 못 들은 부분이 ‘페미니스트들처럼’ 인 것 같아서 그랬을까. 아니면 사실은 화가 많은데 먹고 살기 위해서 화가 없는 척할 수밖에 없어서 그랬을까. 찜찜한 이유를 콕 집어 말할 수는 없었지만, 대학원 생활을 하면서 적게나마 생활비..
[웹진 '날것'] 27호 도레미파솔라시도시라솔파미레도.- 희년 “레솔시, 레솔시, 기억하자! 이건 G코드야” “쾅쾅쾅 쾅쾅쾅(하얀건반 치는 소리)” “Ab이랑 Eb코드 바로 이어질 때는 이렇게 쳐야지. 광광광 (검은건반 치는소리)” “왜 이렇게 손가락이 안 찢어지는 거야?” 매일매일, 적으면 몇 분, 많으면 1시간 정도 피아노 연습을 한다. 나는 피아노 학원을 제대로 다닌 적이 없다. 초등학교 저학년 이전에 다닌 기억이 나는데, 그때 “나비야” “학교 종이 땡땡땡” 만 치고 그만뒀다. 아마 피아노 실력을 늘리기 위해 학원에 다닌 것이 아니라, 방과 후에 친구들을 만나기 위해, 엄마가 일하는 동안 맡길 곳이 피아노 학원밖에 없기에 어쩔 수 없이 다녔던 거 같다. 그리고 20살에 신학대에 들어갔고, 교회에서..
“제가 하나님을 사랑하는 이유는 구원이 아닌, 하나님이 절 사랑하시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이 세상에서 만날 수 없는 故이수연(가명)님의 유서에 기록된 내용의 일부입니다. 하나님을 너무 사랑한 그녀는 하나님의 사랑을 전하기 위해 비전을 품고 A 대학교 신학과에 입학했습니다. 부푼 기대도 잠시, 고인은 미성년자 때부터 가해 목사에 의한 지속적인 성폭력 피해로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가족을 비롯한 주변인들에게까지 그 무거운 짐을 나눠주기 싫어 홀로 고독한 싸움을 이어왔습니다. 결국 그녀는 2018년 8월3일, 이 세상과의 이별을 고했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또한 팔월삼일 이후, 넘어가지 않는 달력 속에서 아파하시는 유가족분들에게도 위로와 애도의 마음을 전합니다. 이제는 고인이..
[웹진 '날것'] 26호 이제 그만 아프고 싶다. -오스칼네고양이 직장에 다니니 ‘종합건강검진’을 받을 일이 종종 생긴다. 돈은 좀 들지만 평소에 무심했던 내 몸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는 생각이 들어 기회가 있을 때마다 귀찮다 여기지 않고 열심히 검사를 받으려 한다. 그러다 보면 보통 2년에 한 번꼴로 검진을 받게 된다. 이전의 결과표와 비교해서 내 몸 상태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혹은 변함이 없는지 확인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더불어 검사용 의료장비들의 진화를 구경하는 재미도 있다. 의료장비의 진화는 여러 가지 면을 고려하여 이루어지겠지만, 검사를 받는 내 입장에서는 그것이 이전 것과 비교하여 얼마나 나를 ‘덜 아프게’, ‘덜 불쾌하게’ 하는지가 중요하다. 가장 최근에 건강검진 받은 게 작년 이맘때쯤이었는..
[웹진 '날것'] 24호 성희롱에서 해방되기를 간구함달밤 안녕하세요, 달밤입니다. 어젯밤 워마드에 음란물 유포 방조 혐의 체포영장이 발부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몸이 번쩍 뜨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워마드에 대한 견해는 차치하고라도, 음란물 유포 방조 때문에 체포영장이 발부될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기 때문입니다. 너무 익숙하고 당연하게 우리 주위를 감싸고 있는 여성 성 상품화 문화들, 몰카 범죄에 고통받는 여성들과 그에 기생하는 어마어마한 산업이 동시에 떠올랐습니다. 여성들은 전시되고 소비되는 ‘대상’일 뿐 건방지게 타인의 몸을 희롱하거나 혐오할 수 없다는 견고한 메시지가 공권력의 움직임으로부터 들려오는 듯했습니다. 왜, 남성의 벗은 몸만이 음란물로 인정받는가, 왜 여성의 고통은 수사조차 되지 않는가. 답답..
기록적인 무더위를 시원하게 하는 은혜로운 페미니즘 여름캠프를 소개합니다!! 한국여성학회에서 주관하는 이 행사는 모두에게 열려있으며, 페미니즘에 대한 다양한 주제 발표를 듣고 토론하는 자리입니다. 믿는페미도 분야에서 “교회 여성들의 젠더수행성에 대한 고찰 - 주디스 버틀러의 이론을 중심으로-“ 란 주제로 발표를 합니다. 많은 참여와 관심 부탁드립니다. 신청링크: https://hoy.kr/pOsm*참가비: 1만원(자료집, 숙식포함) *신청기한: 8월12일 일요일까지 *계좌번호: 우리은행 1005-303-433470
[웹진 '날것']23호 몸, 그리고 나. -폴짝 그러니까 나는 한 번도 내 몸을 떠나본 적이 없다. 단 한 번도 무엇인가에 비치지 않은 나의 몸을 완전하게 응시한 적이 없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일까? 너무 당연해서 이상한 이야기일까? 나는 내 몸을 생각하거나, 몸에 대한 이미지를 떠올리면 답답하다. 마치 어딘가에 갇혀있는 것 같은 답답함이다. 몸은 껍데기이고 그 안에 나의 영혼이나 생각이 다른 주체로 존재하는 것처럼 혹은 지금의 몸은 내가 선택하지 않고, 원하지 않았던 것처럼 느낀다. 나는 ‘몸과 영이 분리될 수 있는가, 그렇다면 몸과 영 중 무엇이 더 의미 있는가’와 같은 철학적인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 아니다. 나는 그저 내가 나의 몸을 대하는 방식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나는 그 무엇보다 ‘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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