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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대식 목사 성폭력 사건에 대한 감리교여성연대 입장

“상처 입은 여성들과 함께 공의와 평화를 세우겠습니다.”

누구든지 나를 믿는 이 작은 자 중 하나를 실족하게 하면 차라리 연자 맷돌이 그 목에 달려서 깊은 바다에 빠뜨려지는 것이 나으니라 (마태복음 18:6)

최근 뉴스앤조이 기사를 통해 밝혀진 문대식 목사의 상습적인 성추행 및 은폐 행각을 보며, 우리는 가장 먼저 오랜 시간 상처와 불신, 트라우마를 안고 아파했을 소녀들에게 한없는 미안함과 마음으로부터의 위로를 전합니다. 또한 감리교회의 선배 여성들로서 그동안 되풀이되어 온 감리회 성폭력 범죄를 올바로 치리하도록 행동하지 못했기에 하나님 앞에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낍니다.

지난 31회 기독교대한감리회 입법의회에서 할당제를 통한 여성들의 교단정치 참여가 보장된 뒤 지난 2년간 성폭력예방교육 및 성폭력 관련 범과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해 왔으나 아직 너무도 갈 길이 멉니다. 교회의 성폭력 문화는 일부 깨어있는 여성과 남성들의 노력만으로는 몇 년이 흘러도 해소되기 어려울 정도로 뿌리 깊게 자리하고 있습니다.

목회자의 성희롱 및 성폭력 사건이 알려져도 동료 목회자들은 온갖 방법을 동원해 암암리에 사건을 은폐하고 축소하기에 급급하고, 그것이 소위 ‘의리’와 ‘우정’을 지키는 방법인 것처럼 미화됩니다. 무책임한 말로 피해자를 가해자로 둔갑시키고 엄히 처벌해야 할 가해자에게는 다른 선교지나 목회지를 마련해 주기까지 합니다. 한 사람의 영혼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고도 버젓이 허울 좋은 말로 설교하는 모습을 보며 피해자와 그 가족, 친구들은 두 번, 세 번, 어쩌면 영원히 고통 받습니다. 진실이 왜곡되고 묻혀버리는 과정에서 쌓인 상처들이 부메랑처럼 교회의 신뢰와 권위를 갉아먹어 왔습니다. 이 또한 하나님 앞에서 교회의 책임과 사명을 다하지 못한 부끄러운 죄입니다.

가부장적 문화에서 자라고 교육받고 사역해 온 남성 목회자들이 권력을 남용하는 성범죄를 저지르지 않기 위해서는 많은 관심과 도움이 필요합니다. 무엇보다 양성이 적극 대화하고 서로의 경험을 배우며 교회의 남성 중심적인 구조를 극복하는 성평등 문화를 만들어가야 합니다. 성평등하고 공의로운 교회여야만 여성과 다음세대들이 하나님 앞에 자유롭게 예배할 수 있습니다. 나아가 너른 태도로 낯선 이들을 환대할 수 있도록 가르치고 훈련해야만 할 것입니다.

허다한 죄를 덮는 사랑의 능력과 죄를 가리는 거짓된 은폐는 다른 것입니다. 다행히 문대식 목사의 성폭력 사건을 서울연회가 모범적으로 치리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을 환영합니다. 진리와 성실의 기초 위에 복음과 주님의 몸된 교회를 바르게 세우는 일에 감리교 여성들이 앞장서겠습니다.

우리 여성들은 감리회를 보다 건강한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여러 가지 정책을 연구하고 제안해왔습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공동체인 교회는 교회성폭력 재발방지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반드시 마련해야 합니다. 그 중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를 다음과 같이 제안합니다.

첫째, 감리회와 서울연회, 늘기쁜교회는 피해자들에게 온전히 사과하고 회복을 위해 지원하며, 엄중한 치리와 교육, 재발방지를 공개적으로 약속하십시오.

둘째, 교회성폭력 대책 전담기구를 설치하십시오.
이번 성범죄 목회자의 범과는 지난 해 9월, 이미 2심 판결이 확정된 상태였지만 지방회와 서울연회, 감리회 본부는 물론 여성들 역시, 이번 언론보도 이전에는 이를 인지하지 못했습니다. 이는 감리회 교인이 교회 성폭력 범죄의 피해자가 됐을 때, 이를 감리회 안에서 어떻게 파악하고 처리해야 할지 전혀 준비되어 있지 못했음을 뜻합니다. 이미 세계 여러 교회들은 교회성폭력 문제를 전문적으로 예방하고 대처하기 위해 전담기구를 설치・운영하고 있습니다. 성폭력 사건 신고에서부터 진상규명, 재판과 징계, 피해자와 교회공동체 보호, 나아가 예방교육을 전담할 교단 차원의 전문적 교회성폭력 대책위원회 설치가 시급합니다. 또한 지방회, 연회, 총회 성폭력대책위원회를 구성하여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대처해야 합니다.

셋째, 목회자 성윤리 강령과 교회성폭력 특별법을 제정하십시오.
이미 사회법은 성범죄 처벌에 대한 수위가 점차로 강화되고 있지만 교회의 성폭력 범죄에 대한 인식과 제도는 전근대에 머물러 있습니다. 소수자와 약자를 보호하고 공의를 세우시는 하나님의 성품에 따라 성폭력 피해자와 교회 공동체를 회복시키고 가해자들을 적절히 징계, 교화할 수 있는 교회성폭력 특별법을 제정해야 합니다. 또한 ‘목회자 성윤리 강령’과 세부 지침도 마련해야 합니다. 이미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는 목회자 성윤리 강령을 통과시켰고 올해 총회에서 그 내용을 채택할 예정입니다.

넷째. 모호하고 실효성 없는 재판법 성폭력 관련 범과를 개정하십시오.
『교리와 장정』 제7편 재판법 제3조 13항 “부적절한 결혼 또는 부적절한 성관계”라는 표현에는 교회 성폭력이 제대로 규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납치 또는 감금, 협박이나 사기, 인신매매를 통한 결혼, 이혼의 귀책사유가 있을 시, 혼외 성관계, 중혼, 상대의 동의를 얻지 아니한 데이트폭력, 부부성폭력, 유사강간, 강간, 유사성매매, 성매매 등 부적절한 결혼과 부적절한 성관계”로 보다 구체적인 범과를 밝혀야 합니다.

다섯째. 성폭력 예방교육과 성평등 교육을 실시하십시오.
지난 해 32회 행정총회 기독교교육연구분과위원회는 “1) 모든 교육의 교회 성폭력 예방, 성평등 교육 실시 2) 교회 성폭력 예방, 성평등 지도자 양성 교육 실시(자격증 발급)”를 결의했습니다. 이는 여성총대들이 연구하고 정책제안을 추진한 결과이자 모든 총회원들이 함께 결의한 바입니다. 그러나 실제로 감리회의 모든 교육에서 성폭력예방교육, 성평등 교육은 여전히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올해 입법의회에도 “장로 진급과정, 준회원 진급과정, 정회원 연수과정”에 성평등교육(1년급 혹은 제1과정)과 성폭력예방교육(2년급 혹은 제2과정)을 실시하는 개정안을 제안했으나, 장정개정위원회에서 한차례 부결되었다고 합니다. 성폭력 예방 및 성평등 교육 의무화에 대해 재심의해 주십시오.

감리교여성연대는 입법의회 현장발의, 다양한 현장에서의 성폭력예방교육 등 지속적인 활동을 통해 교회성폭력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2017년 8월 26일

감리교여성연대
감리교여성지도력개발원, 감리교전국여교역자회, 감리교목회자부인연합회, 감리교여장로회전국연합회, 감리교청년회전국연합회, 목원대학교 신학대학 여동문회, 협성대학교 신학대학 여동문회, 감리교신학대학교 총여학생회, 감리교신학대학교 총대학원 여학생회, 목원대학교 신학대학 여학생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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