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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 젠더폭력 해결과 그리스도인의 책임을 촉구하는 믿는페미 성명서 

<네 하나님이 어디 있느냐!> 

“내 반석이신 하나님께 말하기를 어찌하여 나를 잊으셨나이까 
내가 어찌하여 원수의 압제로 말미암아 슬프게 다니나이까 하리로다
내 뼈를 찌르는 칼 같이 내 대적이 나를 비방하여 늘 내게 말하기를 
네 하나님이 어디 있느냐 하도다
내 영혼아 네가 어찌하여 낙심하며 어찌하여 내 속에서 불안해 하는가 
너는 하나님께 소망을 두라 나는 그가 나타나 도우심으로 말미암아 
내 하나님을 여전히 찬송하리로다“
(시편 42:9-11)

지난 한주 우리는 비통한 사건들을 목격하였다. 

2020년 7월 6일 서울 고등법원 형사 20부 강영수, 정문경, 이재찬 판사는 아동 성착취물 웹사이트 ‘웰컴투비디오’를 운영한 손정우의 미국 송환을 불허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손정우는 징역 1년 6개월의 형을 끝내고 바로 자유의 몸이 되었다. 

같은 날 우리는 위력에 의한 성폭행으로 수감 중인 전 충남도지사 안희정의 모친상에 정부의 이름으로, 정당과 부처의 이름으로 조의를 표하는 수많은 이들을 목격하였다. 수척해진 안희정과 그를 격려하고 위로하는 정치인들이 떠들썩하게 기사화되었다.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10일 새벽 박원순 서울시장이 위력에 의한 성폭력으로 피소된 후 사망하였다. 피고인이 죽음으로써 수사는 종결되었으며 57만 명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그의 장례는 서울특별시장으로 5일간 치러졌다. 그동안 용기를 낸 피해자의 신상을 파헤치고, 진의를 의심하며 2차 가해하는 사람들을 우리는 목격한다. 

고난주간 같은 한주를 보내고 믿는페미는 기독교인의 책임에 대해 묻는다. 성폭력 피해자가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 이 순간, 한 나라의 사법정의가 무너진 이 순간에 기독교인은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 차별금지법 반대 국회청원 10만 명을 달성한 기독교인, 지난 주일에도 예배당에서 차별금지법 반대 서명을 한 기독교인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인가? 하나님의 의를 따르지 않은 그릇된 열심(롬 10:2)은 2020년 대한민국에 이러한 불의를 야기했다. 믿는페미는 기독교인에게 촉구한다. 그릇된 열심을 버리고 하나님의 길을 따르라. 고통을 호소하는 피해자의 편에 서라. 지금과 같이 불의한 상황을 만든 악한 구조와 차별을 없애는데 힘쓰라. 하나님이 지으신 다양하고 독특한 존재를 정죄하며 혐오하는 데 앞장서지 말고 진정한 빛과 소금의 역할을 다하라. 

믿는페미는 우리 사회에 하나님의 공의가 퍼지도록 해야 하는 그리스도인의 책무를 가지고 문제해결을 촉구한다. 믿는페미는 손정우 미국송환을 불허한 사법부를 규탄한다. 대한민국 사법부는 국민에게 사죄하고 책임져라. 정부와 서울시는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위력에 의한 성폭력을 철저하게 조사하고 다시는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대응책을 마련하라. 박 전 시장의 지지자들이 벌이고 있는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음해와 비방, 온갖 종류의 가해를 중단하도록 조치하라. 

연이은 사건들은 우리를 무기력하게 만든다. 여성의 몸을 도구화하고 인격을 모독하는 폭력적이고 가부장적인 권력 앞에서 우리의 발버둥은 계란에 바위치기 밖에 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는 연대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이천 년 전 예수는 어떤 권능도 정치적인 권력도 군사적인 힘도 없이 맨 몸으로, 사회에서 가장 억압받는 자의 편에 섰다. 위선적인 권력자들의 상을 들어 엎으시고, 손가락질 받는 이들과 어울러 먹고 마시며 하나님의 잔치자리로 그들을 초대하셨다. 하나님의 복음은 남편들의 연이은 죽음으로 온갖 저주를 받고 사회 주변으로 내몰린 사마리아 여인과 예수가 나눈 우물가의 대화 속에 번뜩이고, 변덕스러운 주인들로 인해 자꾸만 죽음의 위협에 처하는 노예 하갈의 삶 한복판에서 들려온다. 하나님의 복음은 언제나 불의한 권력에 억압받는 자, 자기 삶을 신적인 공의에 의탁할 수밖에 없는 비참한 자들의 곁에 있었다. 우리는 하나님이 편 드시는 이들, 예수께서 함께 어울려 사셨던 이들의 편에 선다. 믿는페미는 피해자의 편에서 동행한다. 소수자의 편에서 연대한다. 우리는 낙심하지 않고 하나님께 소망을 두며 미래로 나아갈 것이다. 우리의 연대와 하나님의 애통하심이 가부장제의 공모를 이긴다. 

2020년 7월 16일 
크리스천 페미니즘 운동 믿는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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