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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 '날것'] 6호.
진정한 송구영신, 묵은해를 보내고 새날을 맞이하며 - 새말


코끝이 아릴 정도로 추웠던 것이 언제였냐는 듯이 어느덧 봄이 되었다. 새해를 맞이한 지 이미 몇 달이 지났지만 나에게 한 해의 시작은 봄으로 느껴진다. 시작하는 계절, 꽃 피는 계절, 새 학기, 새로운 사람들……. 겨우내 웅크려있던 꽃봉오리가 터져 나오는 계절, 숨죽인 채 고통 받았던 여성들의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말하지 못하고 마음 한편에 묵혀놓은 기억, 잊고 싶은 기억, 잊을 수 없는 기억을 말하고 밝힌다. ​잔인한 봄이 왔다.

“미투 당할 수 있으니 여성과 말도 섞지 말아야지.”, “무고가 두렵다.”, “펜스 룰은 한국 페미니스트들이 자초한 거다.”, “미투 운동에 대항하는 펜스 룰”, “펜스 룰이 심해질수록 여성들은 경력단절, 사회적 고립을 겪게 된다.” 등등. 이러한 말을 하는 남성 집단을 보고 있으면 너무나 참담하다. “아무리 영성이 높아도 성적인 유혹에 항상 승리할 수는 없다.”, “미투 운동의 가해자가 되지 않기 위해 부부관계를 돈독히 해야 한다.”, “남자목회자들은 운전, 상담 등의 사역 시 이성과 단둘이 있지 않음으로써 유혹을 미리 차단해야한다.” 등의 ​기독교식 펜스 룰과 성폭력 예방법을 볼 때도 참담하기는 마찬가지다.

성폭력이 발생하는 이유는 남성의 성욕은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해서가 아니다. 남성이 여성의 유혹에 넘어가서, 죄의 유혹에 빠졌기 때문이 아니다. 단순히 단 둘이 같이 있어서 발생하는 것도 아니다. 성폭력은 상대방을 나와 동등한 인간으로 보지 않아서 발생한다. 남성과 여성 사이의 불균형한 권력관계, 남성과 여성을 동등한 존재로 바라보지 않는 가부장제가 성폭력의 원인이다.

특별히 교회는 여성과 남성 사이의 불균형이 심화된 공간이다. 오랜 기독교 역사에서 여성은 남성보다 열등한 존재, 제 2의 성으로 여겨져 왔다. 위대한 신학자 아우구스티누스는 “여성은 하나님의 형상이 아니다. 오직 남성만이 하나님의 형상이다”라고 말했다. 종교 개혁자 마르틴 루터는 “여자가 현명한 척하는 것보다 더 봐주기 힘든 겉치장은 없다”라고 말했으며, 장 칼뱅은 “모든 여자는 자신이 남자보다 열등하다는 것을 인식할 수 있도록 태어난다.”고 말했다.

21세기인 지금도 여전히 성경은 여성을 억압하는 근거로 사용된다. ‘아내는 남편에게 복종하되 교회가 그리스도에게 복종하듯 해야 한다’고 가르치고, ‘하나님은 여성과 남성을 구별하여 지으셨으며 그게 창조원리’라고 말한다. 아직도 여성 목사 안수를 인정하지 않는 교단도 있다. 교회 안에서 여성은 결혼 전까지 ‘순결’해야 하는 존재이다. 성은 교회에서 전혀 이야기되지 않는다. 여성은 성적 자기결정권을 가진 존재로 여겨지지 않으며, 여성 스스로도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학습된다.

남자목회자와 성도 사이에 성폭력이 발생했을 때에 한국교회는 어떻게 대응해왔는가? 여성신도는 자신의 피해경험을 말하기 어렵고 숨기게 된다. 성폭력 피해자를 오히려 목사를 유혹한 존재, 순결을 잃은 여자, 사탄, 꽃뱀, 이단으로 바라보는 경우도 빈번하다. 반면 말할 권리를 가진 남성 목회자는 강단에서 자신의 잘못을 변호하고, 가해자의 입장에서 사건을 재구성한다. 교회는 문제를 드러내지 않으려고 하고 잘못을 덮는다. 교회를 위해 목사를 용서한다. 성범죄를 저지른 목사는 목회를 계속하고, 피해자는 교회를 떠난다.

교회는 무엇을 지향해야 하는가? 교회가 공고히 지키고자 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교회 안에서 말할 수 있는 권력을 가진 자들이 계속해서 성 억압을 하나님말씀으로, 고정불변의 진리로 가르치는 이상 악순환은 계속될 것이다. 성폭력이 발생하는 본질적 원인을 보지 않은 채 미봉책만을 내놓는다면 아무런 변화도 없을 것이다. ​침묵을 강요당해온 우리는 이제 말한다. 우리의 외침이 진정한 송구영신, 변화된 새날을 가져올 것이다. 살아계신 하나님은 기꺼이 억압받은 자, 소외된 자, 여성의 편에 서시고 모든 억압의 사슬에서 우리를 해방시키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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