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진 '날것'

[웹진 '날것']24호 성희롱에서 해방되기를 간구함

믿는페미 2018. 8. 9. 20:26

[웹진 '날것'] 24호 

성희롱에서 해방되기를 간구함

달밤

 안녕하세요, 달밤입니다. 어젯밤 워마드에 음란물 유포 방조 혐의 체포영장이 발부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몸이 번쩍 뜨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워마드에 대한 견해는 차치하고라도, 음란물 유포 방조 때문에 체포영장이 발부될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기 때문입니다. 너무 익숙하고 당연하게 우리 주위를 감싸고 있는 여성 성 상품화 문화들, 몰카 범죄에 고통받는 여성들과 그에 기생하는 어마어마한 산업이 동시에 떠올랐습니다. 여성들은 전시되고 소비되는 ‘대상’일 뿐 건방지게 타인의 몸을 희롱하거나 혐오할 수 없다는 견고한 메시지가 공권력의 움직임으로부터 들려오는 듯했습니다. 왜, 남성의 벗은 몸만이 음란물로 인정받는가, 왜 여성의 고통은 수사조차 되지 않는가.


답답한 마음에 책을 뒤적이다 여성 시편을 읽었습니다. 좋았던 부분을 함께 나눕니다. 2000년에 초판이 나왔고 2005년에 개정증보판이 나왔으니 지금 읽으면 꽤 시차가 느껴집니다. 그래도 2000년 초반에 여성 신학자들이 여성의 현실을 부둥켜안고 하나님을 바라보며 써 내려간 글귀를 같이 읽으면서 오늘 우리의 기도는 어떻게 쓸 수 있을지 생각해보면 좋겠습니다. 지금의 나는 하나님을 어떻게 고백할지, 우리의 성평등한 꿈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지요.


여성 시편 36편

성희롱에서 해방되기를 간구함


1.

여자를 존귀한 인격체로 대하기보다,

그저 눈요기 감이나 노리갯감으로 보는 사람은

참 관계도, 참 사랑도 모르고,

스스로의 편견에 갇힌 불행한 사람입니다.


2.

여자를 바라보는 그의 눈빛은

언제나 먹이 찾아 헤매는 늑대처럼 교활하고,

음흉한 제 속마음을 버릴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3.

그의 입에서 나오는 말이란

뻔한 사탕발림과 사기, 속임수뿐이니,

여자와 나란히 선한 일을 하기란 이미 틀렸습니다.


4.

지하철에서도, 일터에서도, 심지어 잠자리에 들어서도,

그릇된 성적 환상에 사로잡혀

여자를 희롱하고 추행할 궁리나 하고,

한사코 정결한 생각을 담으려고 하지 않습니다.


5.

하나님,

흉악한 저들의 시선을 거두어 주십시오.

음침하게 우리 몸을 훑어보는 저들의 시선은 화살 같고,

남 몰래 은근슬쩍 우리 몸을 더듬는 저들의 손길은

차라리 칼이 되어 영혼마저 상하게 합니다.


6.

여자를 창조하시되

하나님의 형상으로 빚으신 하나님,

우리를 몸으로부터 자유롭게 해주십시오.

여자를 성적 대상으로 놓고 즐기며

사고파는 세상으로부터

우리를 해방시켜 주십시오.


7.

하나님,

하나님의 온전하신 솜씨가 어찌 그리 값집니까?

이름난 예술가들이 하나같이

여체의 아름다운 굴곡에서

하나님의 창조 솜씨를 예찬합니다.


8.

‘크다 작다, 예쁘다 못생겼다, 뚱뚱하다 날씬하다’,

이런 평가는 다

남성들이 정한 왜곡된 시각일 뿐,

어느 여자의 몸도 하나님의 사랑을 닮아

아름답지 아니한 것이 없습니다.


9.

우리 안에는 생명 샘이 있기에 더욱 그러합니다.

위대한 생명의 가능성들이

우리 몸 깊은 곳의 탯줄과 젖줄 따라

쭉쭉 뻗어나가며 미래를 엽니다.

뭇 여성은 하나님의 생명창조의 동반자입니다.


10.

우리의 가치가

한낱 가슴에, 다리에, 엉덩이에 있지 않고,

하나님을 닮아 올곧은 중심에 있음을

알아보는 남성에게는

하나님께서 평화와 공존의 복을 베풀어주십시오.

그들은 마음에 더러운 그늘이 없으니,

하나님의 의를 심어 주십시오.


11.

그리고 우리의 몸을 마음대로 재단하는 자들이

그 눈과 입으로 범죄치 못하게 하시며,

부정한 자들이 돈과 지위와 권세를 이용하여

우리 몸을 짓밟고 빼앗지 못하게 하여 주십시오.


12.

여자를 한세상 살아가는 길벗이요,

평등한 동반자로 존중하는 남성은

하나님의 의를 나누어 가진 사람입니다.


- 한국여신학자협의회, 한반도에서 다시 살아나는 여성 시편, 여성 신학사.


...그리고 나와 타인의 성을 인정하고 존중하고 배려하는 사람은 하나님의 사랑을 닮은 사람입니다. 약자들의 하나님, 성차별과 혐오에 맞서 싸우는 우리들의 싸움에 함께하소서.